여론에 비친 서울교회
| "교인 수 늘지 않아도 행복해요" | ||||||||||||||||||
| [교회탐방] 전도 전제 말고 지역주민에 대한 '봉사'자체에 기쁨 가져야 | ||||||||||||||||||
| ||||||||||||||||||
|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푹 고아진 사골처럼 이제 더 이상 우려낼 것도 없을만큼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지만, 이 교훈을 잘 실천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 청와대 왼편, 과거 하위 관료들이 살던 '서촌'의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은 작은 교회는 이 구절을 철저히 지키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제시한다. 모든 교회는 각자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특히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자리잡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교회'는 남다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서울교회가 자타공인 '세습교회'라는 점이다. 담임목회자인 배안용 목사는, 아버지 배성산 목사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서울교회의 교인들의 끈질긴 권유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결국 배안용 목사는 교인들의 권유로 서울교회에서 시무하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쭉 자랐던 교회이기에 또래 친구들도 그대로 남아 있는 모(母)교회. 많은 시간 교회에 함께 자라온 배 목사와 그 친구들은 '제대로 된 교회'를 만들기로 결의하고 '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약 3년간 계속해서 함께 모여 성경공부하고 함께 만들어 갈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 의논했다. 결국 그들이 낸 결론은 '지역에 봉사하는 교회'였다. 전도를 최종 목표로 숨겨둔 채 그 댓가를 바라고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봉사'하는 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지역사회를 위한 서울교회의 움직임은 단순하면서도 아주 실용적인 것이었다. 주차장이 넓은 편이기에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교회당도 교인 수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기에 주민들을 위해 문화공간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턱 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을 조금이나마 넓히는데 일조하고,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고 집에서 걸어서 영화나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문화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 였다. 이는 지역주민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공간 제공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교회예산으로 대학로 중소극장 수준의 장비를 구비하고 예배당을 문화공간에 걸맞게 리모델링 했다. 지역주민들은서울교회로부터 문화공간을 말 그대로 '무상제공'받은 셈이다.
이후 뭔가 주민들에게 더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배 목사는 교육사업을 계획했다. 당시 섹소폰을 잘 연주하는 한 장로에게 섹소폰 강좌를 열자고 제안했고 강좌를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요일 예배가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이 섹소폰을 들고 교회를 찾아왔다. 지역주민을 위한 서울교회의 노력은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갔다. 교회 근처의 맹인 학교 학생들을 위한 행사들을 기획하기도 하고, 장애 아동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행사들은 모든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그 결과 서울교회는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의미로 각인되었다. "무언가 다른 교회, 전도 대신 봉사하는 교회"라는 인식이 생겼다. 새로 이사온 주민들이 근처 시장에 가서 추천할 만한 교회에 대해 물으면 서울교회를 알려주는 상인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교회를 찾아가는 길에 주민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다들 서울교회를 잘 알고 있었다. 작은 규모에 흔히 하는 전도도 하지 않고, 봉사를 해도 이름표 하나 걸지 않는 드러내지 않는 교회임에도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서울교회가 주관하는 행사를 찾았던 주민들도 처음에는 장소가 교회였기 때문에 내심 전도권유를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록 일관성 있게 베풀기만 하는 교회의 모습에 하나 둘 서울교회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흔히 제기 되는 의문은, '이런 성공적인 지역봉사의 결과로 교인수가 얼마나 늘었을까?'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 목사는 이런 지역봉사를 통해서는 교인수가 전혀 늘지 않았다고 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서울교회의 70명 남짓한 교인들 중에 이 사실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서울교회의 활동들이 방법을 달리한 '새로운 전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지역사회에 교회가 '봉사'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배 목사는 이런 서울교회의 교인들을 '매우 수준 높은 신앙인'이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각자가 가진 재능으로 사회에서 이익을 창출해 내고, 교회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시간과 금전을 들여 베푸는 것 자체로 만족하는 신앙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이런 봉사의 자세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실천하는 것"이라 전했다. 반드시 주는 것이 있어야만 받는 것이 있는 사회. 많은 교회가 봉사를 부르짖지만, 반드시 전도를 담보하기 마련이다. 교회가 전도사업을 아무리 교묘하게 포장하고 숨겨보아도, 댓가 없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사회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교회의 의도를 꿰뚫어 본다. 사회의 논리를 뒤집는 '댓가 없는 봉사'가 오히려 현대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전도를 담보하지 않고 순수하게 봉사하며 그 자체로 보람과 만족을 얻는 이 작은 공동체에서 교회의 또 다른 희망을 본다. | ||||||||||||||||||
| ||||||||||||||||||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



journalist@ecumen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