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말씀
요한복음서 14:21, 사도행전 2:4, 신명기 5:1~3, 시편 104:30~31
2021년 5월 23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모세가 온 이스라엘을 모으고 “우리 하느님 야훼께서는 호렙에서 우리와 계약을 맺어 주셨다(신 5:2)”고 선포한다. 그리고 “야훼께서 그 계약을 우리 선조들과 맺으신 줄 아느냐? 아니다. 우리와 맺으신 것이다. 오늘 여기 살아 있는 우리 하나하나와 맺으신 것(신 5:3)”이라고 하면서, 이 말씀은 “야훼께서는 그 산 위 불길 속에서 너희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말씀하신다(신 5:4)”라고 강조한다. 이때, 모세가 받은 하느님의 말씀이 ‘십계명’이다.
모세가 받은 십계명은 눈으로 보기에는 ‘돌판’이지만, 중요한 것은 ‘말씀’이며, ‘계명’이다. 그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수많은 예언자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을 전했다. 그러나 예언자들의 증언을 연구하는 학문은 ‘왜 이런 말씀을 전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하여 그 말씀의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그래서 예언자가 전하는 말씀에 대한 연구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살핀 예언자 개인의 견해라는 의견과 더불어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보다 깊은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십계명을 역사적이고 과학적으로 보려는 사람들은 십계명이 당시의 여러 문명 속에 존재했던 보편적인 법률의 기초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상 십계명은 모세가 태어나기 오래전 인도와 근동 지방 사람들 사이에서 시행되었던 법률들을 요약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한 법률은 그보다 700년 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의 유명한 법전에서 십계명이 빠짐없이 실려 있는 것이었다. <오안네스>”
하지만, 하느님의 예언자들은 ‘말씀’과 그 ‘약속’에 대해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십계명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이라 여기며 지금까지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십계명으로 맺은 계약은 율법으로서 지금도 유대 민족의 삶에 깊숙이 남아있다. 그것은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보다는 그를 통해 말씀하신 하느님께 주목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종교는 ‘말씀’의 종교이다. 하느님께서는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말씀으로 백성들과 계약을 맺으셨으며, 말씀으로 지금도 살아 계시다는 것을 나타낸다. 모든 종교가 웅장한 신상이나 거대한 기념물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낸다. 이스라엘도 성전을 웅장하게 짓는 것에 매달렸지만, 성전은 늘 무너지고 말았다. 유대를 정복하고 예루살렘 성전의 가장 깊숙한 지성소에 들어간 폼페이우스는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다. 다른 종교의 신전에 있을 법한 신의 형상조차 없었다. 솔로몬이 만든 신전에는 원래 법궤가 야훼의 임재를 상징했지만, 거기에는 그 법궤조차 없었다. 지성소를 나오면서 폼페이우스가 “별거 없네”라고 했던 말은 매우 유명하다. 하느님의 종교는 ‘형상’이 아니라 ‘말씀’의 종교라는 증거이다. 유대 민족은 계약서가 아니라 구두로 하는 약속이 중요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요 14:15)”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주신 계명, 곧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마 22:36~40)’는 ‘그 말씀’을 지키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혜사(‘변호해 주시는 분’, ‘도와주시는 분’)를 너희에게 보내셔서, 영원히 너희와 함께 계시게 하실 것(요 14:16)”이라고 약속하셨다. 그것은 “내 계명을 받아서 지키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드러낼 것(요 14:21)”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시고, 오순절이 되어,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예수님께서 약속의 말씀으로 주신 ‘보혜사이신 성령’께서 내려오신 것(행 2:1~3)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충만하게 되어서, 성령이 시키시는 대로, 각각 방언(다른 언어)으로 말하기 시작하였다(행 2:4).” 성령은 우리에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조차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전하게 하는 능력으로 처음 나타났던 것이다. 
말씀의 종교인 그리스도교는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말씀으로 율법을 주셨으며,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말씀으로 성령을 보내주신 하느님’을 믿는다. 주님께서 보내주신 성령은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시키시며, 우리가 세상에서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가도록 돕는다.
말씀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주님께서 주신 계명은 “오늘 여기 살아 있는 우리 하나하나와 맺으신 것(신 5:3)”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소명의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자.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