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대하여
요한복음서 17:9~11, 고린도후서 5:17~18, 다니엘서 7:14, 시편 68:32~35
2021년 5월 16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유다는 요시야 왕이 주전 609년에 이집트 왕 느고에게 므깃도에서 살해된 이후 주변의 강대국들로부터 큰 위협과 간섭을 받았다. 다니엘서는 이스라엘의 역사 중 가장 어려웠던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백성이기에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이스라엘은 오히려 하느님으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된 시기이다. 또한 바벨론과 이집트 사이에 있는 가나안 지방은 끊임없는 강대국들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
바벨론은 주전 605년에 이집트 군을 크게 이긴 후 유다-팔레스타인 지역을 정복하러 나선다. 이로서 유다의 상당수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다. 바벨론에 잡혀간 이들은 귀족, 박식한 사람, 각 분야의 장인이었으며, 바벨론은 이들을 노예로 삼기보다는 제국의 문화와 경제의 바탕을 다져나갈 목적이었다.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도 이때에 바벨론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주전 601년 바벨론과 이집트는 다시 한 번 격돌했으나 무승부로 끝나고, 바벨론이 군대를 철수하여 본국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을 때, 가나안 지역은 바벨론에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다시 출격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은 주전 597년 3월 15일에 예루살렘을 함락되고 유대의 백성들은 큰 고통 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니엘서가 언제 쓰였는지 논란 속에 주후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다니엘서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이 책이 주전 6~7세기에 있었던 일을 기록한 것처럼 쓰였지만, 사실은 주전 165년경에 예루살렘에 살던 어떤 유대인이 안티오코스 4세의 혹독한 핍박을 받는 상황 속에서 기록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니엘서는 현실의 어려운 상황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해 전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기에 매우 중요한 말씀이다. 다니엘서가 전하는 말씀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 세상에서 착취와 박해를 당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다. 둘째는 남을 착취하거나 박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다. 셋째는 신앙이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다.
다니엘서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신앙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바울은 자신이 체험한 “주님께서 보여 주신 신비로운 영상과 계시”에 대해 전한다. 그것은 자신이 잘 아는 “그리스도교인 하나가 십사 년 전에 셋째 하늘까지 붙들려 올라 간 일이 있었다”라고 하면서, “그는 낙원으로 붙들려 올라가서 사람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라고 한다. 바울은 그러나 “굉장한 계시를 받았다 해서 잔뜩 교만해질까 봐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로 찌르는 것 같은 병을 하나 주셨다”라고 하며, 이 고통의 병이 “내게서 떠나게 해 주시기를 주님께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하느님께서는 “너는 이미 내 은총을 충분히 받았다.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바울은 “그리스도의 권능이 내게 머무르도록 하려고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나의 약점을 자랑하려고 한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약해지는 것을 만족하게 여기며 모욕과 빈곤과 박해와 곤궁을 달게 받고 있으며, 그것은 내가 약해졌을 때 오히려 나는 강하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고후 12:1~10).
지난 주일에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릴 것(마 18:18)”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생각보다 공간 속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먼저라는 것을 강조했다. 바울의 이 고백은 흔히 ‘삼층천三層天’이라고 불린다. 3개의 층으로 나누어진 세계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하느님의 나라인 세상,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믿음이라는 것은 이렇게 ‘하느님의 세상’이라는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물러 있으면, 너희가 무엇을 구하든지 다 그대로 이루어질 것(요 15:7)”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가 세상 속에 있지만,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은 하느님의 세계와 연결된 또 다른 세상 속에 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바울은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된다(고후 5:17)”고 전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다 하느님께로부터 왔고,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내세워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해 주셨고 또 사람들을 당신과 화해시키는 임무를 우리에게 주셨다(고후 5:18)”고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이란 세상에 사는 우리를 부르셔서, 하느님의 세계로 가기 위한 화해와 회복의 공간 속에서 초대하셨다는 것을 믿는 것이고, 그 귀한 초대에 대답하며 기쁜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께 머무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죽음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고, 곧 사멸됨을 뜻하지만, 그리스도로 인해 화해의 공간에 머물면, 우리는 하늘과 땅을 하나로 만드시는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게 된다는 믿음을 갖자.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