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기도
마가복음서 14:35~36, 사도행전 1:7, 사무엘기하 15:25~26, 시편 31:9~16
2021년 3월 21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셔서 제자들에게 “내 마음이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머물러서 깨어 있어라(막 14:34)”하고 말씀하시고서 “조금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기도하시기를, 될 수만 있으면 이 시간이 자기에게서 비껴가게 해 달라고 하셨다(막 14:35).”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으시니,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막 14:36)”하고 기도하셨다.
제자들에게 ‘머물러서 깨어 있어라’ 하신 후 ‘조금 나아가서’라고 마태복음서와 마가복음서는 기록하고 있고, 누가복음서는 ‘돌을 던져서 닿을 만한 거리에 가서(눅 22:41~42)’라고 기록한다. 마태와 마가는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썼지만, 누가는 예수님이 극도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제자들을 억지로 떼어 놓았다는 의미를 조금 더 나타내고 있다.
또한 “땅에 엎드려(막 14:35)” 기도하시는 장면에 대한 마가의 묘사는 예수님의 괴로운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마태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서(마 26:39)”라고 조금 더 인간적으로 묘사한다. 누가 역시 “무릎을 꿇고(눅 22:41)”라고 하여 마가의 표현을 조금 바꾸는데, 그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제자들을 위한 기도의 모범적인 자세를 증언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여기에 머물러 깨어 있으라고 하신 후에 제자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예수님의 기도 중, 마가는 “될 수만 있으면 이 시간이 자기에게서 비껴가게 해 달라(막 14:35)”고 기도하시면서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라고 하셨다고 기록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 시간’은 인자가 죄인들의 손에 넘겨지는 시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마가는 역사적 종말론의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마태는 “나의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 주십시오(마 26:39)”라고 기록하며, 누가는 “아버지, 만일 아버지의 뜻이면,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눅 22:42)”라고 기도했다고 기록한다. ‘이 잔’은 “그는 하느님의 은혜로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맛보셔야 했다(히 2:9)”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죽음의 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막 10:38)”고 물으시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고난의 잔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또한 마지막 저녁식사 시간에 예수님께서 잔을 드시고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다(막 14:24)”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면,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그 잔을 두고 기도했다는 마가의 증언은 생생한 예수님의 이야기를 더욱 실감 나게 한다.
모든 복음서가 예수님의 기도 마지막 내용을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막 14:36, 마 26:39, 눅 22:42)”라고 기록한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 즉 주기도문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마 6:9~10)”라고 시작된다. 그것은 하느님이 열방들로 하여금 자기 이름의 거룩함을 알도록 할 때(겔 36:22~23), 그리고 하느님이 자신의 뜻을 이룰 때, 이제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 곧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또한 예수님의 임박한 고난과 죽음에 대한 기도에서 나타난 공관복음서의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와 요한복음서의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드러내십시오(요 12:28)”는 주기도문과 더불어 기도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마가복음의 처음에 나오는 나병 환자는 자신을 예수님의 긍휼에 맡기며, “선생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막 1:40)”라고 했으며, 마가복음의 마지막에 예수님은 자신을 아버지의 긍휼 하심에 맡기며,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으시니,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여 주십시오(막 14:36)”라고 기도 하셨다.
우리는 험한 인생길에서 믿음으로 견뎌야 한다고 하지만, ‘이 시간’과 ‘이 잔’이 그냥 지나가기를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 뜻대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아버지의 뜻대로’ 구하는 소명 공동체가 되자.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