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은밀히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
마가복음서 4:22~23, 요한일서 1:3, 요엘서 3:13, 시편 43
2020년 10월 4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https://youtu.be/ottmxuUHgpk

하느님의 나라는 암호와 같이 감추어져 있고, 매우 은밀한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 비유를 통해 설명하시면서,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막 4:23)”고 권면하십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등불을 가져다가 침상 아래에 두지 않고, 등경 위에다 둔다”고 말씀하시면서 “숨겨 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막 4:21~22). 숨겨둔 것은 반드시 드러나게 된다는 이 말씀은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도 결국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계획하신 일이기 때문에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는 전제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감추어 둔 것은 ‘빛’입니다. 마가복음서에는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예수님의 오심을 ‘빛’으로 표현합니다.
예수님은 ‘귀가 있는 사람은 잘 들어라’는 23절의 권면 후에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질하여 주는 만큼 너희에게 되질하여 주실 것이요, 덤으로 더 주신다(막 4:24)”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것은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요,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막 4:25)”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는 사람은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암호와 같은 신호를 알아 볼 수 있을 것이고,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빛처럼 감추지 못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 다음에 예수님은 ‘은밀하지만 스스로 자라는 씨’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씨앗은 “밤낮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그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지만, 씨를 뿌린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막 4:27)”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극적이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감추어지고 모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라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스스로 자라나는 씨에 대한 비유에서 예수님은 이 씨앗이 자라나 이삭을 내고 이삭에서 알찬 낟알을 내게 되면, 하느님께서는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댄다. 추수 때가 왔기 때문(막 4:29)”이라는 경고의 말씀도 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이미 예언자 요엘을 통해 “거두어들일 곡식이 다 익었으니, 너희는 낫을 가지고 와서 곡식을 거두어라. 포도주 틀이 가득히 차고 포도주 독마다 술이 넘칠 때까지 포도를 밟듯이, 그들을 짓밟아라. 그들의 죄가 크기 때문(욜 3:13)”이라고 밝혀진 것입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씨앗들을 뿌리고 은밀히 자라나게 함으로써 오직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만이 깨달을 수 있게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빛처럼 감추지 못하지만, 은밀하게 자라나는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무슨 비유로 나타낼까?(막 4:30)”라고 시작하는 겨자씨 비유를 통해 마무리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상식과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말씀입니다. 2,000년 전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이끌고 로마의 권력에 맞서 진군해 나갈 것이며, 식민지에서 해방시키실 것이라는 ‘극적인 결말’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어떤 여자가 누룩을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 덩이가 부풀어 올랐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누룩과 같다(눅 13:20~21)”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를 찾기 위해서는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다. 그 보물을 찾아 낸 사람은 그것을 다시 묻어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있는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 13:44)”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상식들과 우리의 기대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을 발견했고, 그것에 대해 기뻐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전하신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이것들을 모두 깨달았느냐?(마 13:51)”하고 물으십니다. 그리고서 “그러므로 하느님 나라의 교육을 받은 율법학자는 마치 자기 곳간에서 새 것도 꺼내고 낡은 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마 13:52)”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 나라의 청지기가 가져야 할 의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나라가 올 것임을 경고하시고, 그것을 위해 훈련할 것을 권면하십니다. 그것은 과거의 삶과 단절해야 함을 의미하지만, 우리의 소망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새 것도 꺼내고 낡은 것도 꺼내는 하느님 나라의 청지기”이기에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우리가 가진 틀 속에 있는 내용물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삶’을 살아갑시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