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별거 없네
마태복음서 8:4, 로마서 1:17, 예레미야서 52:12~13, 시편 85
2020년 8월 2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유대의 마지막 왕조인 하스몬 왕조 시대(The Hasmon Dynastic Era)는 마타디아스의 둘째 아들 시몬이 군사령관과 대제사장직을 겸직하며 유대의 실질적인 최고 통치자가 된 주전 142년부터 주전 63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이 점령당하기까지 약 80년간 마카비 가문이 유대를 통치했던 기간을 가리킵니다. 유대는 주전 586년 바벨론에게 멸망당한 이후 처음으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시몬의 뒤를 이어 시몬의 장남인 히르카누스(주전 134~105년)가 유대의 최고 통치자이며 대제사장이 되었지만, 종교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탐합니다. 히르카누스는 약 30년간 유대를 통치하며 헬라문화를 도입했는데, 결국 유대의 종교를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히르카누스의 맏아들인 유다는 자신의 이름을 헬라식으로 아리스토불루스(1세, 주전 104~103년)로 개명했으나 짧은 제위를 마치고 죽었습니다. 아리스토불루스의 뒤를 이어 동생인 알렉산더 얀네우스(주전 103~76년)가 유대의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왕위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형의 미망인인 살로메 알렉산드라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두개파와 반대파인 바리새파의 6년간 내전으로 800명의 바리새파와 그 가족 6천명을 몰살하였습니다. 얀네우스가 죽고 살로메 알렉산드라(주전 76~67년)가 남편의 뒤를 이어 9년 동안 유다를 다스렸습니다.
 살로메는 자신의 두 아들 중 장남인 히르카누스 2세에게 대제사장직을 내렸는데, 이번에는 바리새파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살로메가 죽자 히르카누스 2세의 동생인 아리스토불루스 2세는 형의 실권을 빼앗아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권력을 장악한 아리스토불루스 2세는 사두개파의 지지를 받았고, 실권을 빼앗긴 형 히르카누스 2세는 바리새파의 지지를 받았는데, 형과 동생의 내분(주전 67~63년)은 바리새파와 사두개파 사이의 내분으로 이어지면서 하스몬 왕가의 힘은 계속 약화되었습니다.
그 때에(주전 64년) 로마제국의 폼페이우스 장군이 시리아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협합니다. 위협을 느낀 유대의 아리스토불루스 2세와 히르카누스 2세는 서로 폼페이우스에게 금 400달란트의 뇌물을 약속하고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이들은 서로 자신의 왕권을 주장했으며 상대방의 정치적인 거래 행위들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조급한 성격의 아리스토불루스 2세는 왕권에 대한 빠른 결정을 내리지 않는 폼페이우스를 무모하고 불손한 태도로 무시했으며 폼페이우스와 대항하려 합니다. 폼페이우스는 덤벼드는 아리스토불루스 2세에게 배상금을 물리고 항복을 요구합니다. 아리스토불루스 2세는 예루살렘 성문을 닫고 저항하려 했지만, 폼페이우스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결국 도성 예루살렘은 히르카누스 지지자와 아리스토불루스 지지자들로 나누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리새인들과 대부분의 예루살렘 주민들은 히르카누스를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로마 사람들과 적대적 관계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르카누스 지지자들은 아리스토불루스 지지자들을 제압하고 폼페이우스가 들어오도록 성문을 열어 주었고, 아리스토불루스 지지자들은 더 깊은 산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이렇게 폼페이우스가 유대를 정복하고는 예루살렘 성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유대의 가장 큰 특징이 그들의 남다른 신앙이었으니, 그들이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예루살렘 성전, 곧 유대의 신전을 둘러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는 대제사장이 일 년에 한 번만 예배를 위해 들어가는 예루살렘 성전의 가장 깊은 지성소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가장 경악할 사건이며, 성전을 침탈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성소에 들어간 폼페이우스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합니다. 다른 종교의 신전에는 그들이 섬기는 신의 형상이 있기 마련이지만, 예루살렘 신전에는 그런 것조차 없었습니다. 솔로몬이 만든 신전에는 원래 법궤가 야훼의 임재를 상징했지만, 거기에는 그 법궤조차 없었습니다. 지성소를 나오면서 폼페이우스는 “별거 없네”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주전 586년 바빌로니아에 함락되었을 때 모든 것이 파괴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유다의 독립을 꿈꾸었던 하스몬 왕조는 막을 내리게 되고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처형을 당하신 때, 예루살렘 성전의 막이 둘로 갈라졌습니다. ‘별거 없는’ 성전에 계신 하느님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계신 하느님을 드러내 보이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웅장한 신상으로 장식된 화려한 종교가 아니라, 부르심에 응답하여 하느님의 소명으로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