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멸망의 시대
누가복음서 23:38, 갈라디아서 2:16, 신명기 30:13~15, 시편 31:9~16
2020년 3월 29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이스라엘의 북 왕국은 모세의 율법을 잇는 시내산 전승을, 남 왕국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다윗의 시온 전승을 신앙의 근본 사상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요시야 시대의 종교개혁은 두 왕국의 신앙 전승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북 왕국과 남 왕국의 예언자와 서기관들이 만나 생겨난 것이 신명기학파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왕국은 멸망하게 되었고,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은 유다의 귀족들과 지식인들이었습니다.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은 신명기학파가 이끄는 신앙으로 희망을 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레미야의 예언처럼 포로생활은 길어지고, 하느님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은 영영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포로 민들은 정신적으로나 신앙적으로 큰 혼란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포로의 생활 중에도 신명기와 열왕기서 등을 정리한 신명기학파는 이스라엘의 잘못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신명기의 “내가 오늘 너희 앞에 내놓는 축복과 저주를 담은 이 말이 그대로 다 이루어져서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를 모든 민족들 가운데 흩으셨다고 하자. 그러나 거기에서라도 제 정신이 들어 너희 하느님 야훼께 돌아 와서 너희와 너희 자손이 마음을 모아 기울이고 있는 정성을 다 쏟아 오늘 내가 지시하는 말을 그대로 순종하기만 하면,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너희를 불쌍히 보시고 포로 생활에서 돌아오게 해 주실 것이다(신30:1~3)”는 희망의 말씀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포로가 된 백성들에게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구하시고,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하신 하느님을 외면하고 우상을 섬긴 죄악 속에 살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대해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으면, 아들의 이가 시다(겔18:2)”고 말하며, 왜 부모세대의 죄 때문에 우리가 벌을 받아야 하는지 묻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공동체 정신이 약해지고, 오히려 제각기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를 너희 선조들이 차지했던 땅으로 데려 오시어 그 땅을 다시 차지하게 하실 것이며, 너희를 선조들보다 더 잘 되게 해 주시고 더 불어나게 해 주실 것(신30:5)”이라는 약속을 전하며,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너희 마음과 너희 후손의 마음의 껍질을 벗겨 할례를 베풀어 주실 것”이며, “너희가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쏟아 너희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며 복된 삶을 누리게 해 주실 것(신30:6)”이라는 희망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말씀은 지금까지 다윗 왕국의 백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민족 전체가 받았던 축복과 저주가 아니고, 하느님께서는 이미 각 사람에게로 나타난 것이라는 사실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제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너희가 손으로 하는 모든 일, 너희 몸의 소생들, 가축의 새끼들, 밭의 소출을 넘치게 해 주실 것이다. 야훼께서는 마음을 돌이키시어 너희를 잘 되게 해 주시는 일이 마냥 기쁘실 것(신30:9)”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아니라 너희가 “그의 계명과 규정을 지키고 너희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쏟아 너희 하느님 야훼께 돌아 와야 그렇게 해 주실 것(신30:10)”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오늘 내가 당신들에게 내리는 이 명령은, 당신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당신들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신30:11)”고 말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율법서의 발견과 편찬은 이제 하느님을 아는 지식이 제사장들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너희의 아들딸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것(욜2:28)”이라고 요엘이 예언했듯이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의 영을 베풀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의 영이 내리시면, 내가 있는 곳과 시간에 관계없이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느님의 영이 여러분 안에 살아 계시면, 여러분은 육신 안에 있지 않고, 성령 안에 있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다(롬8:9)”고 말합니다. 그리고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자유를 주시려고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사랑으로 서로 종이 되십시오.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하신 (예수님의)한 마디 말씀으로 요약(갈5:13~14)”된다고 권면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주님의 영을 받아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통해 역사하십니다. 그렇게 소명공동체가 있는 곳이 성전이고,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우리도 자유롭게 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아갑시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