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같은 하느님
마가복음서 7:26~28, 히브리서 2:12~13, 사사기 1:1~3, 시 22:1~31
2019년 11월 24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민족(民族)은 인종, 문화, 언어, 역사 또는 종교와 같은 전통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인간 집단을 말합니다. 민족의 일원끼리는 일반적으로 유전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민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역사적 연속성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소위 ‘민족의 유산’이라고 불리는 문화적인 특징들의 대부분은 근대에 만들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인류가 계급주의 사회에서 벗어나게 된 근대에 들어서면서 국가의 단합을 위해 만들어진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이거나 강제적으로 이주하게 되었을 때, 자기 고향의 문화를 가져와 혼합되거나 없어져 버리면서 생겨난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원활한 통치를 위해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동족집단 의식을 이후 고려시대에 좀 더 보완하고 계승해서 형성된 게 ‘한민족’의 시초이며, 이것이 구한말 서양의 내셔널리즘이 들어오며 민족주의로 발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압제의 영향으로 저항적 민족주의 성격을 강하게 갖게 되었지만, 나중에는 다른 국가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성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런 민족주의는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주어, 다변화된 국제 관계와 다문화 사회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이 귀신에 들려 예수님을 찾아온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그리스 사람으로 시로페니키아 출신이었습니다. 유대 사회는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민족주의가 강합니다. 그들이 가진 선민의식은 이방인과 확실하게 구별을 하는 차별의 문화로 발전했습니다. 때문에 유대 민족도 아닌 여인이 자신의 딸을 치료해 달라고 찾아오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에게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막 7:27)”고 말씀하십니다. 유대 민족이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모습은 유대 민족에게는 반민족적이며, 하느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민족적 정통성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약속을 맺으셨기 때문에 아브라함의 자손들만이 하느님의 약속된 민족이라는 선민의식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12지파로 나눠서 혈통을 계승했고, 다른 이방의 피가 섞이지 않도록 강한 규범을 만들고 지켰습니다. 이것이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방인이라고 지적을 당한 이 여인은 “선생님, 그렇긴 합니다만 상 밑에 있는 강아지도 아이들이 먹다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막 7:28)”하고 간청합니다. 이방인이기에 하느님의 약속이나 구원은 바라지도 않지만, 자신의 딸은 치료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나타냅니다. 이 여인에게 예수님께서는 “옳은 말이다. 어서 돌아가 보아라. 마귀는 이미 네 딸에게서 떠나갔다(막 7:29)”하고 말씀하시니 그 여인의 딸은 병에서 치료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 철저한 선민의식은 ‘하느님의 약속을 받은 민족’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는 유대 백성이 있다면, 이 사람은 유대 혈통에서 태어났다는 것 하나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폐쇄적인 민족주의의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하느님은 유대 민족만의 신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모든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하시겠다(창 17:5)고 약속하셨습니다.
히브리서는 이런 하느님의 약속을 시편을 들어 설명합니다. “주님은 나를 모태에서 이끌어 내신 분, 어머니의 젖을 빨 때부터 주님을 의지하게 하신 분(시 22:9)”이시기에, “주권은 주님께 있으며, 주님은 만국을 다스리시는 분(시 22:28)”이라는 말씀을 인용합니다. 또한 이사야는 하느님께 “보십시오, 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자녀들이 여기에 있습니다(사 8:18)”하고 자신의 자녀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히브리서는 “야훼를 경외하는 사람들아, 찬미하여라(시 22:23)”하는 시편을 인용하며 ‘야훼를 경외하는 사람들’이 구원을 받는 것이며, ‘야훼를 경외하는 사람들’이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자손이라고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삭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그리고 나의 하느님이 같은 하느님이어야 내가 하느님 앞에서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할 수 있으며, 같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거룩한 부르심을 받은 소명 공동체입니다. 오늘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이 된 우리의 형제와 자매와 함께 소명의 삶을 살아갑시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