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행위계약? 소명언약!
요한복음서 14:23, 요한계시록 5:9~10, 창세기 1:26~28, 시 18:46~50
2019년 9월 1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기독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호가 ‘예수 천당, 불신 지옥’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목적이 천당이고, 벌을 받아야 할 나쁜 행동인 죄를 범하면 벌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학작품 중에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주제로 쓰인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권선징악은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한다는 뜻입니다. 기독교에 맞는 착한 일을 하면, 천당에 가고, 악한 일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논리입니다.
기독교에서 착한 일이란 ‘예수님을 믿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믿는 것’이란 주관적인 관점이어서, ‘내가 믿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 것이란 여러 가지 규율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일에 교회에 가는 것, 정해진 헌금을 하는 것, 잘못한 일이 있으면 회개 기도를 하는 것 등입니다. 이렇게만 하면 예수님을 믿는 것이고, ‘천국에 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기독교의 문제가 아니고, 구약의 유대인들이 율법을 절대적으로 지키는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그들은 율법을 준수하는 것이 곧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어왔고,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율법을 지키지 못해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율법을 완성하러 오신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이 싫어할 만큼 율법을 어겼으며, 율법학자로부터도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율법을 완성하러 왔다(마 5:17)’고 선언하시면서 율법을 잘 지키는 것 보다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5:20)을 요구하셨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규칙(율법)을 잘 지키는 것을 ‘행위’라고 한다면, 그 행위를 통해 상을 주시겠다고 하는 것은 ‘계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과 인간의 ‘행위 계약’에 의해 계약이 된 듯이 천당이라는 상을 주는 것이라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필요 없는 것이 돼버리고 맙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과 관계없이 ‘율법만 잘 지키면 천당에 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지킬 수없는 사람들이나 이방인들을 차별하고 자신은 율법을 잘 지킨다고 천당에 간다는 ‘행위 계약’이 아니라,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신 목적을 실행해 나가는 사역에 인간으로서의 과제를 지니고 동참하는 ‘소명 언약’으로 사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이 소명의 과제는 하느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한 청지기직을 수행하며 창조세계의 모든 찬양을 창조주께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소명을 받은 공동체, 곧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자들’이 창조세계를 활기차고 풍성하도록 책임지며, 창조주를 예배하도록 부름 받은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죄는 하느님의 창조세계를 살면서, 이 세계를 다스릴 책임과 권위를 부여 받은 인간이 자신의 책임을 잊고, 힘과 권세에 굴복하여 오히려 가증한 것들을 숭배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권세를 모두 이기신 하느님보다 세상의 힘과 권세를 더 높이는 ‘우상숭배’입니다. 어떤 우상을 숭배한다는 것은 그것의 노예가 된다는 뜻이며, 이것은 인간을 얽매이는 모든 힘과 권위의 사슬, 그리고 죽음까지도 이겨내시고 세상의 가장 큰 권위를 가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로서의 삶을 버리고 다시 노예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계시록에서 성도들의 기도를 어린 양에게 올리면서 부르는 노래는 “당신은 두루마리를 받으실 자격이 있고 봉인을 떼실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은 죽임을 당하셨고 당신의 피로 값을 치러 모든 민족과 언어와 백성과 나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 내셔서 하느님께 바치셨습니다. 당신은 그들로 하여금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한 왕국을 이루게 하셨고 사제들이 되게 하셨으니 그들은 땅 위에서 왕 노릇할 것입니다(계 5:9~10)”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로 모든 인류를 구원하셨고, 그들에게 한 왕국을 이루어 창조주 하느님을 예배하는 제사장이 되게 하시고, 창조세계를 다스릴 왕이 되게 하셨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지옥에 떨어질 사람들을 천국으로 구해냈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하느님께서 출애굽을 통해 구출된 백성들에게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출 19:6)”고 선언하신 것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 받은 백성들에게 새로운 왕국의 제사장이 되고, 왕이 되는 소명을 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왕같은 제사장’으로서의 소명을 감당해야 하는 우리의 직무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과 인류’를 화해시키셨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소명을 받았습니다. 이제 죄와 죽음은 예수님의 십자가로 모두 소멸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은 소명공동체로서 거룩한 삶을 새롭게 살아갑시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