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십자가 아래서
요한복음서 11:2~6, 고린도전서 10:1~12, 민수기 21:4~9, 시 113
2019년 8월 11일_배안용 목사(ab@seoulch.kr)
바리새파 사람 가운데 니고데모라는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랍비님, 우리는, 선생님이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임을 압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시면, 선생님께서 행하시는 그런 표징들을, 아무도 행할 수 없습니다(요 3:2)”하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다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3:3)”고 대답하십니다. 하지만, 이 바리새인은 예수님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다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는 말씀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말씀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억압과 고통 속에서 지내왔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지배하는 자와 그 그늘에서 억압을 받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죽음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죽음조차 이기시고, 세상의 가장 큰 권세를 얻으신 분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이루어진 역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지시고 죽으신 것을 막연한 과거의 일로 생각하거나, 무한한 혜택으로만 생각하여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이 사실을 알기를 바랍니다. 우리 조상들은 모두 구름의 보호 아래 있었고, 바다 가운데를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그들은 모두 구름과 바다 속에서 세례를 받아 모세에게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신령한 음식을 먹고, 모두 똑같은 신령한 물을 마셨습니다. 그들은 자기들과 동행하는 신령한 바위에서 물을 마신 것입니다. 그 바위는 그리스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대다수를 하느님께서는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멸망하고 말았습니다.(고전 10:1~5)”라고 이스라엘의 역사를 증언합니다. 사도 바울의 이런 증언은 “이런 일들은, 우리 조상들이 악을 좋아한 것과 같이 우리가 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본보기가 되었기(10:6)”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한낱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땅의 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않거든, 하물며 하늘의 일을 말하면 어떻게 믿겠느냐?(요 3:12)”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인류를 억눌러 왔던 지배 권력뿐만 아니라, 인간이 결코 넘지 못할 한계인 죽음마저 이기신 권세의 시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로 잡으시려는 하느님의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고, 이제 하느님께서는 이 승리의 세상을 완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십자가를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본 십자가들은 예수님의 고난과 그의 외로운 싸움에 대한 상징 보다는 주님이 주시는 ‘풍성한 은혜’에만 초점이 맞아왔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고통은 외면한 채, 십자가는 세상의 가치 있는 것들을 보장해 주는 ‘부적’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이 “그리스도께서 성경대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셨다(고전15:3)”고 고백하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성경대로’라는 말을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성경에서 부활을 예언한 증거 구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에게 이 말씀은 ‘이스라엘을 부르심으로써 온 세상을 구출하려던 하느님의 계획, 그리고 그 계획을 성취하기 위해 먼저 이스라엘을 구출하려던 하느님의 계획이 마침내 이루어졌다’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건은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느님이 세상을 바로 잡으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경대로 우리의 죄를 위하여 죽으셨던 그 사건은 이제 우리의 삶의 방향을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옮기는 큰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의 믿음, 행동, 태도, 소망은 십자가에 맞춰져야 하며, 이런 그리스도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솟아나는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진정한 소속감으로 뭉쳐진 ‘소명공동체’에서 모든 것의 방향이 올바로 잡혀갑니다.
우리는 성경을 바로 이해하고 깨달아 우리의 삶 속에서 생명이 솟아나길 바랍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 십자가와 그 분의 부활을 다시 본다면, 우리는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는 ‘소명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소명공동체를 통해 우리의 믿음이 바로 세워지고, 우리의 삶이 변화되길 함께 기원합시다.

내가 메마른 산에서 강물이 터져 나오게 하며, 골짜기 가운데서 샘물이 솟아나게 하겠다. 내가 광야를 못으로 바꿀 것이며, 마른 땅을 샘 근원으로 만들겠다.(이사야41:18)